본문 바로가기

내꺼/비망록

(7.10.2012) 마크 리부 사진전

사진에 대한 저작권이 문제가 될 시 수정 하겠습니다. 

 절대 상업적인 용도, 저작권을 침해할 의도 아님







일단 시작은 소서리스소설이다





  1


 내가 전시회를 보러 다닐줄이야. 남자는 생각했다. 어쨌든 부리나케 전철타고 남부터미널에서 하차했다. 시계바늘은 18시 14분정도를 그려내고 있었다. 잠시 앉아 담배를 한 숨 태우면서 쓰던 시를 대강 마무리 지었다. 돌과 어느 남녀의 이야기에 관한 시를 쓰는 중이었다. 오는 길에 시집을 읽어서였을까 괜시레 시가 쓰여졌지만, 그래서 좀 작위적이였지만, 어쨌든 남자는 쓸 수 밖에 없는 충동을 느꼈다. 詩想(시상)이라고 할 것 까진 없었지만. 아무튼 내면에서 뭔가 일어나는 기분이었다. 


  2


  술의 전당까지 걸어서 가는데 조금씩 추적추적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비 맞던 남자에 대한 생각 혹은 시상이 떠올랐다. 그는 문장을 읊조리며 걸어갔다. 대강 약도를 머릿속에 구겨놓았던 터라 낯선 길인데도 늘 걸었던 거리마냥 걸어갈 수 있었다. 걷던 길이 대로로 변하더니 어느새 눈앞에는 눈을 부릅 뜬채 미친 황소마냥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황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빨간색을 보면 멈춘다는 것이다. 초록에 미쳐버린 황소랄까. 남자는 가방속에 우산이 있었지만 쓰진 않았다. 이정도 비쯤이야 맞는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횡단보도를 기다리는데 옆에 어느 노신사가 꽤나 비싸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예술의 전당 앞이라면 사진기만 들어도 예술적이게 되는 것일까. 그럼 나도 잠시나마 시인이 되었던가.'라고 생각하던 찰나 신호등이 바뀌었고 그는 거대한 전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홀을 지나 전시회가 열리는 한가람디자인미술관으로 향했다. 그전에 남자는 잠시 화장실에 들려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등의 작업을 했다.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절차였다. 혼자가 아닌 누군가(아직은 거리감이 있고 덜 익숙한)와 만나는 것이란 소위 그런 것이었다. 처음에는 덜 자연스럽지만 그래서 아직은 매력이 남아있는 것. 하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지면서 매력보다는 그 자체로 존재하게 되는 것 말이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툭툭 쳤다. K였다. 


  "생각보다 일찍왔네?"


  "응, 오늘은 차가 덜 막혔거든."


  그녀가 늘상 쓰는 이 변명은 늦지 않았을때 조차 사용되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그건 변명이라기 보다는 어떤 고유한 화법에 가까웠다.


  "괜찮겠어? 다 보고 밥먹어도?"


  "원래 나 잘 안먹는거 알잖아. 이러지 말고 빨리 올라가." 


  둘은 매표소로 향했다. 지나가는 길에 또 다른 전시회를 하는 것이 보였다. '루브르 박물관 전'이었다. 그가 관심을 보이며 멈칫하고 있는데 K가 옷을 잡아당기면서 빨리 가자고 보챘다. 야외 공연장을 지나 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3


   산을 하려는데 갑자기 그녀가 덥썩 카드를 낚아챘다.


  "대신 근사하고 맛나는 밥 사주는거 알지?"


   이인간이 어디서 엄청나게 비싸고 호화스러운 음식점을 봐두고 와서 이러는건지 아님 순수한 의도였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요즘은 하도 그렇고 그런 세상이니까. 전시장 내부에는 에어컨이 나름 잘 켜져있었음에도 그는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태프가 사무적으로 두장의 티켓을 찢어가는 의례를 거치고 나서야 전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폐장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였고, 그 스태프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혹시 집에 택배가 와서 그런 것 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잠정 중단)





오빠 이런 사람이야.




티켓은 이렇게 생겼수다








전시장 구도





 일단은 6개 테마로 구성되있단다. 대충 사진 200장 걸려있다. 참고로 필자는 다 보는데 한 시간 반 걸렸음.





사진도 도끼다[각주:1]

부제 :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기





Theme #01 

Eiffel Tower Painter

(에펠탑의 페인트공)



원래 있었던 프레임(에펠탑)을 자신의 프레임으로 승화시킴. 

그 프레임을 품은 또 하나의 프레임과 내가 품은 또 하나의 프레임 

그리고 이 글을 품은 프레임과. 내 눈의 프레임과. 그 뒤의 맺힌 상에 대한 프레임과...




전체를 생각하는 일반의 허를 찌른 부분의 미학. 

다르게 보기라기보단 들여다보기.





Theme #02 

China & Japan in 50s

(마오 시대의 중국과 일본)





이혼의 거리. 저 의자가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래서 이 둘은 이 사진의 피사체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마오쩌뚱의 침실. 

그의 사회적 스케일을 생각했을 때 만들어지는 아이러니. 

작고 소박한 그의 실체일까.





리부는 봉지를 보고 토끼를 생각했는데,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나무위에 태양을 띄우고 말았다.

 토끼야 미안하다. 많이 더울텐데. 그래도 에어컨 틀어놨잖냐.





혁명의 시절.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의 한 단편. 

그들의 재능이 혁명을 광고하는데 쓰였다는 씁쓸한 역사를 담았다나.  전부는 아닐지라도. 

도구로 전락한 숭고한 예술이여!





아버지와 아들. 

유원지에서의 그 둘의 추억 한 켠. 

내게도 이런 사진이 있으려나. 

그리운 아버지.



    


파리 페인트공의 안전장치 하나 없이 자유로운 영혼과 일본 도쿄타워 공사꾼의 안전모의 대비. 

그로인해 부각되는 일본의 소심함. 포장해도 신중함.

 왠지모르게 씁쓸한건 왜 일까.




Theme #03 

From Paris with Love

(파리로 부터, 사랑을 담아)




2관으로 가던 통로에 있던 인용구. 

그래 이쯤 되면 뭔가 그럴듯한 말 하나 나와 줘야 제맛인거다.





거리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음에 아름답다.





안개속으로. 

뿌옇다는 건. 알 수 없는 미래일까, 아니면 지나간 과거일까. 





풋풋하다.





앞의 두 다정한 연인보다 나는 뒤의 수녀와 꼬마 그리고 오른쪽의 카트를 끄는 사람에게 눈길이 더 갔다. 

둘은 뭐가 그리 놀라웠을까.





현대 도시를. 

괴물같은 그 것을. 

단 하나의 기호로. 

명징명쾌하나니.





리부의 딸. 

다운증후군.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세상사? 나쯤되면 그 깟거 몰라도 되요. 신경조차 안 쓰는걸요? 아저씨는 그러지 못 하잖아요. 

얽히고 얽힌게 많아서, 발에 걸리는게 많아서. 어때요. 이쯤되면 다운증후군이라는 것도 할 만한 것이라니까요!" 


그녀의 두 팔이 날개로 보인건 내 착각이 아니였다.

 리부는 자기 딸을 안스럽게 보는 시선을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사실 천산데 너무 예뻐서 자기가 못 날아가게 붙잡아 둔거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이쯤되면 리부도 딸 바보인거다.





Theme #04 

Women's Beauty in Nature

(여성미,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小 행성계. 

엄마는 태양이고 나머지는 위성인가. 

엄마는 다소 관조적인 표정이다. 난 다 알고 있어.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그 옆의 행성은 아직 뭐가 뭔지 똥인지 된장인지 모른다. 

그 옆은 쬐금 봐버렸고. 이 더러운 세상을. 그래서 표정이 쬐끔 똥 씹었고. 

젤 끝에놈은 뭐. 말 다했지. "니미. 좆가튼조각같은 세상일세." 






양 옆의 둘은 과거를 말하는데. 가운데에 왠 현재가 나타나 초를 치고 있다. 

그것도 두 놈씩이나. 

뭐하자는 건가. 

이 것은 큐레이터의 의도인가 외도인가.




이거말고 까까머리 귀걸이 한 소녀 업고있는 사진 있었는데. 지웠나보다. 그 사진 떠올리며 한 수 읊었다. 

미안하다 나도 조금 돋는다.


Ode to the Burqa[각주:2]


이미 꺼져버렸던 것이다

 

  내가 무슬림 여성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문득 눈 앞이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네들의 검은 옷 때문만은 아니였으리라

 

이데올로기라는 억압이

칭칭

그네들의 두 눈을 동여맸다

이미 다 타버린 심지처럼

 

아아!

품 속 안긴 소녀의

그 호기어린 눈빛이여

그 희망어린 눈빛이여!

 

너만은 영원히 꺼지지 않기를 

활활

언제까지나 타오르며

그 곳을 비추기를 바라나니!






Theme #05 

Witness of Times

(시대의 목격자)






내 눈앞에 있던 그의 사진은 실재하는가[각주:3]

저것은 파이프인가 아닌가[각주:4]

이것은 엄청난 사진인가. 아니면 그렇게 보여진건가. 보여지게 할 정도면 엄청나다고 할 수도 있는것 아닌가?


P.S.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진은 용량관계로 못 찍었다. 

       존 레논 앉혀놓고 조각하는 사진, 달라이라마 리즈시절, 고고하게 걷던 어느 나라의 여성 총리(?)사진, 고르바초프씨, 소파에 누워서 벽에 걸린 그림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던 여배우 사진, 귀여운 퉁보아저씨 처칠 사진... 이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Theme #06 

As the World Turns

(세계의 변천사)





전시작중 유일한 컬러작품. 

단 하나였기에, 그래서 더욱 강렬한 HIGHLIGHT.





CIVILIZATION OR PRIMITIVE? WHAT IS YOU? HOW HAVE YOU BEEN BEING?

 AND NEXT? 

WHAT IS THERE, IN THE END OF EACH OF THE WAY?





등 뒤, 또 다른 나. 

그것은 단지 그림자 일까. 

왠지 그림자의 남자는 좀 측은해 보인다. 예수를 은유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얀 수의인가. 

단지 사진 한 장일뿐인데. 많은 것을 담고있다.

짜식, 괜히 전시회같은거 하는게 아니였군.





저기 보이는 무기공 역시 기억에 남았다. 

흑색 피부와 대비되는 은빛의 권총. 그리고 그것을 몰골히 바라보는 소년의 표정. 

저 소년은 전쟁의 무기를 너머 그 무게를 짐작이나 했을까? 

아니면, 한 손 쥐어지는 가벼운 총 하나가 담을 수 있는 무게는 무한하다는 것의 의미를 안다고 말하는 걸까? 

왜. 총알 한 발이지만. 새 한마리 죽이는 것과. 히틀러나 부시나 그래 우리의 김정일씨를 죽이는 것의 상징적 무게는 다른 것 처럼. 

뭐, 물리적인 무게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P.S. 

이 밖에 좀 더 기억에 남는 사진들이 있었지만. 카메라 메모리가 없어서 못 담아왔다. 

다음에 인연이 있다면 또 볼 수 있겠지. 

안녕.



Coda[각주:5]


결론은. 

거, 돈 있고 시간 있으면 보러 좀 가라.

뭐?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왜이래 아마추어 같이.

뭐? 남자라고? 

반드시 '혼자' 가는 걸 추천(하루 정도는 여친따위...) 가면 홀로오신 외롭고 늘씬한 아가씨들이 득실득실.






-2012년 07월 10일


  1. 박웅현 <책은 도끼다> 패러디 [본문으로]
  2.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복식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아라비아반도 일부와 베두인족의 일부 여성, 인도와 파키스탄의 일부 여성들이 착용한다. 머리에서 어깨까지 덮어쓰는 차도르(chador)나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는 히잡(hijab), 머리와 손을 제외한 신체를 가리는 아바야(abaya)와는 달리 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써서 신체의 모든 부위를 가리는 통옷 형태이며, 손에는 장갑을 착용한다. 여성의 얼굴이나 피부를 드러내지 않는 이슬람 전통에서 비롯된 복식으로서 눈 부위도 망사 형태로 되어 외부인이 인상착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의 부르카는 얼굴이나 눈 부위를 개방하고 있어 나라나 지역에 따라 차이를 드러낸다. 니캅(niqab)은 전체 복장이 눈만 드러나 있어 언뜻 부르카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히잡에 코 아래로 얼굴 가리개를 덧붙인 것이다. 특이한 복장 때문에 다른 이슬람권의 여성 복식과 마찬가지로 여성억압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집권한 뒤 극단적 원리주의 정책을 펴면서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면서 이러한 인식이 더욱 심화되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복장에 대하여 찬반 논란이 일고 있으며, 2009년 프랑스에서는 부르카 착용 금지를 법제화하는 데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것 또한 부르카를 입을 자유를 박탈하는 또 다른 억압이라는 견해가 맞선다. 또 이슬람권의 여성 복식을 억압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서구적 시각에 치우친 것이며, 전통과 문화의 차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슬람권 현지에서는 이러한 전통복식이 다양한 패션 아이템으로 상품화되어 유통되고 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본문으로]
  3. 사진의 장 폴 사르트르 라는 사람은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주자이다. [본문으로]
  4.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작품의 오마쥬 [본문으로]
  5. 악곡 끝에 결미로서 덧붙인 부분. ‘꼬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코다의 규모 ·내용 및 코다로 들어가는 방법 등은 여러가지이며, 곧 코다에 최종적인 클라이맥스를 두고 템포를 빨리하여 격하게 곡을 끝마치는 경우, 반대로 정적(靜的)인 코다에 의해서 침잠(沈潛) 속에 종결하는 경우 등이 있다. 코다에 쓰이는 소재는 이미 나온 주제나 동기에 의한 것이 많으나 아주 새로운 소재에 의한 것도 있다. 또 코다가 악곡의 명쾌한 종결감 후에 새로이 덧붙여지는 일도 있으며, 어디가 코다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도입법이나 양자의 중간적인 진행법을 취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소규모적인 코다를 코데타(codetta)라고 부르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악장 전체의 마침에 붙여지는 코다와 구별해서, 이를테면 소나타의 제시부(提示部)처럼 악장 속의 결미부(結尾部)를 가르키는 일이 많다. 이 밖에 발레용어로는 고전발레의 그랑 파 드 되(grand pas de deux)의 종말부분을 말한다. 이 때는 프리마 발레리나와 그 상대역인 남성 제1무용수가 함께 춤을 춘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본문으로]

'내꺼 >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상녀에 대한 기억  (0) 2012.07.26
가입기념 첫 글!  (1) 2009.01.10